난 네가 날 너의 실패한 젊음 속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것 같아서, 마뜩치 않았어. 그냥 인생을 즐겁게 살고 싶었거든. 그 때는 독하게 버티다보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 더 버티기가 힘들어지니까, 어쩌면 네가 맞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내게 드리워진 두껍고 어두운 구름 같은 것을 네가 미리 발견했는지도 모르지.

밝은 그늘 같은 것은 세상에 없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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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팀 위의 부 위의 조직. 산하에 3개 부서 얼추 120여명의 직원이 소속되어 있음) 체육대회 삼아 산에 갔다왔다. 위치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주최측은 암튼 충남 어딘가 있는 낮은 산이라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들을 시켰다.

실제로 고도 역시 381미터 밖에 안되는 낮은 산이다. LOMO + Superia 200


하지만 산은 굉장히 steep했다. 나는 거의 죽을 뻔 했다.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것이 어찌나 즐겁던지. 불현듯 울룽도 산행(일박이일간의 엠티였지만 산에 올라가면서 개고생했던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도 기억이 나고, 나름대로 즐거웠다. 몸 움직이는 것은 좋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실은 싫은) 바람직한 아웃도어 액티비티.

울룽도에서. 2005년. s형님 촬영해주심.



내려오는 길에 만난 토끼. LOMO + Superia 200


내려오는 길의 쌩뚱맞은 위치에 있는 청소년 수련관(청년이 된 나로서도 별로 달갑게 오고 싶지 않게 생긴)에 토끼 사육장이 있었다. 보급되었지만 남아 있던 오이를 토끼에게 먹이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의해 토끼에게 오이를 먹여 주었는데. 초식 동물에게 평화롭게 풀을 먹이는 재미를 상상했던 나는 토끼 앞 이빨에서 느껴지는 의외의 힘에 깜짝 놀랐다. 토끼들은 굶주려 있었는지, 아니면 토끼 앞 이빨의 씹는 힘이 내가 알고있는 것 보다 센 것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오이를 주고 나자 어쩐지 육식괴수에게 공물을 바친 듯한 불쾌감이 들었다. 게다가 통조림 사료를 드리면 마치 생 고기라도 뜯듯 미친듯이 드셔대던 고양이들이 아른거리기도 했고.

최모 장군의 활터. LOMO + Superia 200



이 낮아빠진 산에도 나름의 명승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고려 시대 유명한 최 모 장군의 활터였다. 최 모 장군이 말과 내기를 하여(고려 시대에는 말을 하는 말이 있었단 말인가!) 쏜 활보다 빨리 달리면 상을 주고 느리게 도착하면 목을 따기로 했다나. 도착한 뒤 화살이 보이지 않자 빗맞은 줄 알고 일단 말 목부터 베었는데, 화살이 나중에 도착했다는 여러가지로 믿기 어려운 설화가 담겨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일단 이곳에서 활을 쏘고 나서 말이 내려갈 수 있는 길을 살펴봤는데, 이 steep하기 짝이 없는 바위산은 사실 사람이 걸어내려가기도 힘든 곳이었기 때문에 말이 화살보다 빨리 뛰어내려갔다는 사실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결론.
하나. 당구 안 친지 1년 넘었다는 300 이상 다마 고수의 구라와, 낮은 산이라서 힘들지 않을 거라는 산악인의 말은 믿지 말자.
하나. 토끼의 이빨은 강하다.
하나. 고려 시대에는 말을 하는 말이 살았다.
하나. 고려 시대에는 암벽 등반을 화살보다 빨리 하는 말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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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
    2009/07/04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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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도에는 날씬했구나ㅋ

요즈음 중동이 평소와는 약간 다른 이유로 시끄러운 것 같다. 근본주의적 종교 성향을 가지고 서구 세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한편으로는 종교 잣대를 비인도적으로 들이대어 국민을 핍박했다고 평가를 받는 (일종의) 독재 정권이 선거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모양인데. 선거 조작(불공정한 캠페인을 포함하여)이야 독재 정권이라면 늘상 해오던 일이지만, 막상 그 나라 국민들의 격렬한 반응을 보니 우리나라의 옛 모습과 요즘의 공안 정국이 오버랩되면서 기분이 묘하다.

약간 다른 각도에서 또다른 걱정이 하나 생긴다. 당사자인 인민들에게는 굉장히 절박한 이 분쟁은 분명 다른 나라의 선량한 시민들 - 폭력적으로든 아니든 이미 형식적 민주주의를 갖춘 나라에 사는 - 의 양심을 건드리고 있음에는 분명한 일이고, 또 그런 연대 의식에 의거해서 웹 상으로든 어떤 형식으로든 연대의 표현을 하고 있는 것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티베에트 쪽의 일도 그랬고, 중대한 자원(먹잇감)을 가지고 있는데도, 아직은 세계 시장에 대해 폐쇄된 특정 국가 내부에서의 분쟁을 어쩐지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한 서쪽 나라들의 반응이 좀 섬뜩하다. 기다렸다는 듯 남의 나라 내부의 문제를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고, 심지어 비난하는 여론을 정부가 앞장서서 만들어내는 태도 자체는, 그 분쟁의 끝이 자신들(거대 자본과 결탁한 시장주의자들의 정부)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의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모쪼록 분쟁이 인민들이 더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해결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그들이 정당한 권리에 따라 선택한 새로운 리더가 똘똘한 사람이라서, 코쟁이들에게 기름 퍼주고, 1달라에 소년들 공장으로 몰아내고, 더러운 오염물질 배출하는 공장 가져다 심고, 나아가 금융이 교란되어 경제가 무너진 다음 기업을 헐값에 팔아넘겨야 하는 아주 전형적인 경제적 무장 해제 과정을 거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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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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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문단에 미투합니다.
    • kymmyn
      2009/06/2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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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해줘서 감사합니다.


요즘 대전 상공에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부쩍 전투기가 많이 뜬다. 사실 그걸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지적하신 안선임 말씀은 다음과 같았다.

북한에서 전투기가 뜨면, 남한에서도 무조건 똑같은 개수로 전투기가 떠요. 지금 남한 상공에 떠있는 전투기 개수가 북한 상공에도 떠있다는 얘기지.

방금 소집 해제된 예비군 초년차인 나는 겁에 질려, 전쟁 나면 나도 끌려가는거냐고 되물었다. 안선임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막상 전쟁이 나면 군인이 제일 덜 죽어요. 확률이 그래.

하지만 아직도 불안이 가시지 않은 나는 초딩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전쟁 나면 우리가 이겨요, 북한이 이겨요?
안선임은 역시 껄껄 웃으며, 그러나 약간은 회한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래 밀리터리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아서 좀 찾아봤는데, 쨉이 안돼. 노무현 때 우리나라에서 첨단 무기를 많이 만들어놔서. 게임도 안 되게 이길 수 있어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만약 총알받이로 날 끌고갈거면, 국방부는 안 쏴본 케이투 말고 에무십륙으로 지급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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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러블리
    2009/06/23 08:47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전쟁나면 많이 죽는다..-_- 시나리오상 그래..
    그 선임분 너무 옵티미스틱한데?-_-
    • kymmyn
      2009/06/25 00:13
      댓글 주소 수정/삭제
      난 선임님 말을 믿을래.
  2. 2009/06/23 16:56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우연히 들렀다 재미나게 보고 가요
    '쨉이 안되요' 까지 읽었을 땐
    '그래 우린 북한 군사력에 다 죽는거야' 라고 좌절했다가
    그 다음 줄에서 저 또한 안도의 한숨을.

    그게 사실이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 kymmyn
      2009/06/25 00:13
      댓글 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3. 즈봉
    2009/06/25 09:48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그때 왜 우리 훈련소때 소대장이 그랬어.
    남한의 화력이 북한의 수십배쯤 된다고.
    군사력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7대 강국 중 하나라고.

    북한이 믿을 구석은 핵밖에 없는거지.
    핵게발이 남한을 향한거라고는 별로 생각치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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