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he Crisis.

관리자 | 글쓰기

Face the Crisis. » 말해줄게있어/이성과감성

Advent of Winter

김민 | 2008/12/04 11:25


Canon | CanoScan 8800F

20081119 [하현달, 아침] Eximus + Superia 200



곧 깊은 겨울이 찾아오겠지. 10년 전의 겨울들은 주변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과 반비례해서 가슴이 뜨거워졌는데, 10년 후의 겨울은 어떨지. 여전히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계절일지.

요즘에는 겨울만 되면, 언젠가는 겨울이라는 것이 사라질 것만 같아 무섭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태그 겨울

(go to top)

Face the Crisis. » 말해줄게있어/주목

Face the Crisis

김민 | 2008/12/03 02:06


위기를 위기라고 인지할 줄 모르거나, 위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끊임없이 자신을 속여 위기가 아니라고 믿는 사람은, 바보다. 바보.

그건 너무 심한 말이 아닌가, 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위기가 발등에 떨어져 활활 타오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위기냐고 한다면, 치솟은 환율과 반토막난 펀드 때문에 달러화할 내 재산을 갉아먹은 전세계적 금융위기와, 이에 스릴감 넘치게 대응해 주시는 조국의 17대 대통령 때문에 물거품이 될 공산이 있는 A프로젝트라고 말해두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위기를 너무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만 치부하는 옹졸한 마음 때문이고, 여차저차 공부량이 줄어든 것이 나의 개인적인 위기이다. 내/외부적 상황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위기는 위기답게 알몸으로 직면하고 전력으로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다. 사소하다 싶은 위기라도 그런 식으로 철저하게 대응하다보면, 인생이 너무나 팍팍해지겠지만, 그건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면 해결될 일이다.

Pollyanna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건 아주 극단적인 낙천주의자라는 뜻이다. 나는 극단적인 낙천주의가 결국에는 나와 내 주변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지만, 내 내면을 철저한 위기 관리로 다스리지 않고서는, 낙천주의란 결국 날서지 않은 칼과 같이 무의미한 미덕일 뿐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Face the Crisis라는 말은 위기에 맞서 직면하라는 말임에 동시에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자는 뜻이며, 또한 낙천주의라는 내면의 이상향을 지켜내기 위한 보험인 셈이다. 그래서 이 말을 2009년의 모토로 선언하고자 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태그 pollyanna, 위기

(go to top)

Face the Crisis. » 예술과김민/Lifesavers

음악여행 라라라 #001 - 이승열의 전심(全心)마사지 (20081126)

김민 | 2008/11/29 11:33


집에 TV가 없어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나는 라디오 스타 4인방에 대해서 묘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하는 말장난은 내용만 놓고 봤을 때는 잡담이지만, 다채로운 배경을 갖고 있는 그들의 과거를 고려해보면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같이 느껴져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고교시절 즐겨듣던 음반의 주인공이 줏어먹는 개그를 하거나, 낄낄거리며 듣던 욕 방송의 진행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거나, 깐죽거리는 신정환과 어리버리하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보이는 김국진까지. 넋놓고 입벌리고 보면서 즐기기만 하는 무언가에 익숙하지 않는 나로서는 보면서도 마음이 쓰이고 불편한 이들에게 오히려 정이 간다.

그런 그들이 별안간 대박을 하나 쳤다.



나는 그들이 음악 쇼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게 뭔 소린가 했다가, 딴지 방송국에서 욕방송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깜짝 놀랄 정도로 해박한 팝 지식을 선보이던 김구라, 오랫동안 DJ를 했던 윤종신, 그리고 이런 배경은 없지만 당연히 세트로 움직여줄 신정환과 김국진까지, 알고보면 너무나 잘 어울리는 MC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릎을 탁 쳤다. 사실 그들이 처음 뭉친 라디오스타 역시 초장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고품격 음악 방송을 주창하며 음악인들을 섭외해오지 않았던가.

때마침 병원에서 수요일 밤 늦게까지 못 자고 있던 나는 방송 시간이 되어서야 생각이 나서 DMB를 켜고 이 프로를 시청하게 되었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말썽많은 라디오스타 4인방을 MC로 고른 제작진은, 첫 번째 게스트로 윤도현도 아니고, 김장훈도 아니고, 이승환도 아닌, 이승열을 골랐던 것이다.



나는 어쩐지 심장이 좀 두근거려서 화면으로 빨려들어가듯이 지켜보게되었다. 이승열이 누구냐. 가요의 황금기였다는 90년대에 활동했으면서도 그 수혜를 받지 못했지만, 팬들이 숨겨놓고 혼자 독차지해서 더 알려지지 못했다고 하는 비운의 밴드 U&Me Blue의  보컬이 아니었던가. (사실 10대였던 나 역시도 그들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정도이지만, 지금에 와서 그 음악을 들어보면, 2000년대 출몰한 못MOT과 같은 위상을 가진, 그러나 그보다 10년 앞서 있었던 밴드가 아닐까 짐작만 해볼 뿐이다.)

음악여행 라라라의 포멧은 좀 더 점잖은 라디오스타 + BBC의 Abbey Road Live[각주:1] + EBS의 Space 공감이라고 보면 되겠다. MC들이 깐죽대는 것도 여전하지만, 절대로 토크가 음악의 비중을 넘어서지 않았다. 게다가 토크의 대부분은, '왜 이런 훌륭한 음악을 하는 이승열이 뜨지 못하는가'라는 아주 김구라스러운 의문에 할당되었다.

게다가 공개 방송인 줄 알고 있었던 이 방송은, 마치 BBC의 Abbey Road Live에서처럼 스투디오 라이브를 녹화하는 형식이었다. 박수치는 관객은 없지만, 대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위대한 녹음실에서 진지하고 또 즐겁게 녹음에 임하는 Abbey Road Live의 유명 뮤지션들에게서 느낄 수 있었던 즐거움이 다시 한 번 느껴지면서, 비록 포멧에서 유사성이 있지만, 공중파 방송국에서 하기 힘든 시도를 한 문화방송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나중에 따로 이승열씨의 음반을 찾아 들어보니, 이것 또한 명반이라! 장/단조를 다채롭게 넘나드는 곡 구성이 전신마사지를 하듯 마음의 구석구석을 고르게 찔러주는 것이 Chris Dedrick의 정연한 음악성과 비견될 만 하고, 한국적 정서를 잘 담고 있으면서도 악기별 멜로디가 제각각 생명력을 가지고 텐션을 만들어내는 편곡이 일품이다. 게다가 이현우처럼 울림이 좋으면서도 이적이 들려주고있는 에너지 넘치는 고음을 표현하고 있는 이승열씨의 보컬(U2의 보노와 자주 비교되는 듯)은 그야말로 고품격이다.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포멧은 아니지만, 상업적이지 않은 형식을 시도하면서 상업적이지 않은 첫 게스트를 섭외한 제작진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출연료를 대폭 삭감해가면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에 일조한 라디오스타 4인방과, 우수한 음악성을 가지고 꾸준히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이승열씨의 앞날에 대박의 구름이 몰려들기를.

p.s. 이승열이 뜨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 스스로는 자신의 느낌에 맞는 음악을 하고 있다는 대답을 했다. 뮤지션이 자신의 느낌을 고집할 수 있을 정도로, 음악 청취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진다면, 우리도 세상을 정복할 뮤지션을 길러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니, 이미 고된 길을 걷는 뮤지션들을 즐길 줄 아는 부지런한 소비자가 많아진다면.

p.s. 이승열씨는 원더걸즈의 노바디와 라디오헤드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곡이라고 칭했던(두번째로 섹시한 곡은 자신들의 Creep;;) Nobody Does It Better를 믹스해서 불러 주시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Secret


기억할게

더 많은 이승열관련 동영상

  1. 비틀즈가 만든 녹음 스투디오인 Abbey Road에서 유명 아티스트의 스투디오 라이브를 녹화하여 방송한 영국 BBC방송사의 프로그램. 프로그램은 진행자없이 오로지 뮤지션의 인터뷰와 라이브로만 구성되며, 녹음 현장을 훔쳐보는 듯한 시청자의 긴장감과 위대한 밴드의 연습실을 빌려 연주하는 뮤지션의 긴장감이 절묘하게 교차한다. 출연 뮤지션은, 'Red Hot Chili Peppers', 'Nora Jones', 'Natasha Bedingfield', 'Jamiroquai', 'Paul Simon' 등 다수. 국내에서는 EBS를 통해 방영되었음(현재 종영).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태그 라라라, 이승열

(go to top)

Face the Crisis. » 일상과김민/가족을아끼자

ㅅ대학병원에서의 수술

김민 | 2008/11/27 00:09

수술이 좀 늦어질 것 같더니만, 아침 10시가 채 되지 않아 엄마를 데리고 갔다. 멍해진 나는 2인실에서 6인실로 병실을 옮기고, 빈 병상에 누워 단어를 좀 외웠다. 엄마는 12시 10분에 수술이 끝나고 돌아왔는데, 그로기 상태였다.

심심해하던 찰나, 고교 후배 ㅈㅇㅈ양이 케익을 한 상자 사들고 왔다. ㅈㅇㅈ양의 경우 여전히 날 오빠라 이르지 못하고, 듣기 싫은 선배선배 소리를 입에 달고 있는 아이지만, 사실 우리는 학교 다닐 때 이성교제를 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다. 그리고 이성교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가늘게나마 인연의 끈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ㅈㅇㅈ도 시집가면 끝이려나.

ㅈㅇㅈ은 엄마와 살갑게 대화도 나누고 반가웠지만, 괜히 바빠보이는 녀석을 붙잡고 있기가 싫어서 올려보냈다. ㅈㅇㅈ이 가자마자 금식이 해제된 엄마는 그가 들고온 케익을 세 조각이나 먹어치웠다. 어쩐지 초큼 센티멘탈해졌다. 발이 넓지 않아서 많은 숫자의 친구들은 없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다시 만나도 애틋한 기분이 남아 있을 정도로 알알이 소중하고 귀하다.

나는 출장 때문에 3시 30분까지 에뚜리 서울 사무소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시간을 잘 맞추어 쵝아양이 도착해서 바통 터치를 해 주었다(친구, 후배 뿐 아니라 여자친구까지 알차다). 회의가 끝나고 회식을 생략하고 돌아와서 최가를 보낸 뒤, 좀 있으니 서울 시내에 있는 엄마의 유일한 혈족인 외삼촌과 외숙모가 문병을 왔다. 남동생 앞에서 엄살을 부리는 엄마를 보니, 나도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ㅈㅇㅈ은 날 처음으로 오빠라고 부르는; 문자를 보냄으로써 엉뚱하게도 여동생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었다.. 한 때 친형제만큼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이제 얼굴까지 희미해진 것 같다. 좀 더 자주 만나야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태그 ㅅ대학, 수술, 엄마, 외삼촌

(go to top)

◀ recent | 1 | 2 | 3 | 4 | 5 | ... 293 | previous ▶